Saturday, July 25, 2015
2015년 여름의 어떤 주말 밤
2015년 7월 25일 토요일
저녁 8시 55분. 하버드 스퀘어에서 가장 people watch 하기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글을 쓰고 있다. 하버드 공식 기념품 가게인 Coop맞은편 스타벅스 2층. 큰 창가 옆에 위치한 쇼파에 앉아있으면 창밖에는 차들이 대기 신호를 받아 서있고 그 앞으로 폭이 10미터는 충분히 넘을 횡단보도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간다. 큰개를 데리고 가는 사람, 유모차를 끄는 사람, 친구들과 야광팔찌를 잔뜩 끼고 얼굴에 분짱까지 한 무리들...이렇게 보니 이 동네는 학교앞 답게 20-30대가 거의 대부분이다. 그것을 그닥 인지하고 살지 않았는데 실리콘밸리에서 사는 친구가 방문했다가 그런 지적을 한 뒤로 부터 보니 정말 그러하다.
나는 방금 집에서 저녁을 먹고 샤워를 간단히 하고 편하고 자잘한 프린트가 많이 있는 히피 스타일 원피스에 검정색 펠트 모자를 눌러 쓰고 로션만 바른 맨 얼굴로 이 번화가의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일주일간 몸도 엄청 아팠고, 야근도 심하게 한데다가 실험은 지질이도 안되고 겨우 겨우 결과를 내 보았는데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판명이 나서 멘탈까지 무너지고 있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잘 된다고 하더라도 그게 뭔가 엄청난 발견이 될 것 같지도 않은데 그마저도 안되니 미칠 노릇이었다. 그리고 지금 하는 연구라는 것들도 그저 의미없는 허송세월이 아닌가 싶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냥 다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주말이 왔다. 남편이 이른 아침 High Rise라는 근처 빵집에서 사온 빵과 지난달에 두바이에서 놀러온 친구가 사다준 고급 홍차로 아침을 먹었다. 걸어서 10분 거리의 학교 수영장에 가서 한시간 정도 수영을 했다. 이 수영장은 지지난주에 이어 두번째로 방문하는 것인데 참 오랫만에 수영을 다시 시작했는데 두번째 만에 제법 실력을 회복해서 숨차지 않는 페이스로 원하는 만큼 왕복을 할 수 있는 정도를 되찾았다. 퍽이나 뿌듯했다. 그리고 집에와서 만두국을 끓여 먹고 남편이랑 영화를 보았다. Best Exotic Marigold Hotel. 그리고 나서 남편 낮잠 자는 옆에서 아이패드로 피아노 치는 게임을 한시간 정도 했다. 저녁 7시가 되었고 잔치국수를 끓여서 "삼시세끼 어촌편" 엥콜편을 보면서 저녁을 먹었다. 남편은 연구실에 가면서 나더러 근처 카페라도 가서 좋아하는 책을 읽으라기에 이렇게 나왔다.
먼 훗날 지금 이순간을 되돌아 보면 어떤 느낌일까? 분명히 그 때 상황에 맞추어 취사선택된 기억으로 지금을 말하겠지. 나는 고용이 불안정하고 장래가 불투명한 외국인 노동자, 서른 다섯, 노산의 출발선을 눈앞에 두고도 결혼 7년 차에 아이 가지는것을 꿈꿀수 없는 맞벌이 여성, 그러는 동시에 10여년전 대학을 졸업하면서 꿈꿨던 그 모습 그대로를 현재로 살고 있는 참 복받은 사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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