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uly 14, 2015

대학교수법전공 교수를 당황케 만든 과학분야 박사들

과학 전공자를 위한 대학 교수법을 강의하는 4일짜리 워크샾에 참석했을 때의 해프닝이다.

Higher Education을 전공한 교수가 여러가지 효과적인 교수법을 실제 실험을 통해 소개시켜 주고 있었다.  교수법의 이름은 Low Cost Clicker. 학생들에게 선다형 문제를 주고 각자 고민하게 한 다음 답안을 무기명으로 받아서 통계를 낸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보드에 칸을 만들고 스티커를 붙이게 하면 된다). 그 이후 학생들이 그룹 토론을 한다. 그리고 나서 다시 답안을 내게 하고 통계를 낸다.

이 예로 든 것이 " 오븐에 파이를 굽는데 한개의 파이를 굽는데 특정 온도와 시간이 필요하다면 두개의 파이를 구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였다. 선택지는 1)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 2) 온도를 올린다 3) 시간을 늘린다 4) 온도와 시간 모두 높인다.

때는 오후 2시 반. 아침 9시부터 계속된 워크샾의 피로가 밀려오던 중에 이 문제를 놓고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소그룹 토론하기 전의 통계는 2/3이 1번, 1/3이 3번, 그리고 단 한명이 4번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토론이 끝난 후에 다시 답을 모아 통계를 냈는데 결과는 이전과 완전히 똑/같/았/다!  지도 교수는 이를 보고 이런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며 할말을 잃었다. 아마도 과학자들이 엄청 설득하기 어렵고 고집이 세다고 여긴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원래 하려던 포인트가 무엇이었는지도 말을 못하고 그냥 넘어갔다.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 대체 이 연습의 포인트는 뭐였는지... 사람들이 다수의 생각을 알게 되면 동조하게 되나? 그게 좋은건가?

참고로 이 문제를 받았을때 나는 "별걸다 가지고 열을 낸다"라고 쿨내를 내면서 당연히 1번이라고 스티커를 붙였는데 랩에 돌아와서 이 사건을 생각을 하면 할수록 자꾸 거슬렸다. 첫째로 이건 열역학의 문제인데 비전공자들 간의 토론의 대상이 될수 있는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둘째로 과학박사 학위를 소지한 포스닥들의 1/3이 (그리고 유아독존하는 한명이) 오답을 낸것도 문제인데, 더 큰 문제는 2/3의 정답을 아는 과학박사들이 이들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문제 자체가 별것도 아닌데 목숨걸일 있나? 근데 이 때의 분위기는 그게 아니었다. 사람들은 아주 흥분해 있었고 스티커를 붙이는 손끝 하나하나에도 힘이 들어가 있었다. )

이 기현상을 생각하면 할 수록 소위 가장 비판적이고 이성적이며 토론을 장려하는 박사교육과정을 거쳤음에도 학위 소지자들이 발전적인 토론을 통한 문제해결을 잘 하지 못하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굉장히 자기 주장이 강하고 설득시키기도 어렵다는것은 상당히 암울한 부분이다. 학위와 지위가 주는 "나는 안다" "나의 논리는 옳다"라는 사고방식이 30대 초반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이미 깃든것은 아닐까? 나는 이번에는 제대로 아는 문제가 나왔기에 흔들림이 없었지만 혹시나 내가 확실히 모르는 문제를 마주했을때도 "내 나름의 근거"를 대며 주장을 굽히지는 않을런지... 앞으로 살면서 경계해야 할 부분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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