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December 20, 2015



November 29, 2015
The First Sunday of Advent
Preacher: The Reverend Dr. Lucy A. Forster-Smith
Sedgwick Chaplain to Harvard University
and Senior Minister in the Memorial Church

Advant 대강절 첫번째 주일 말씀. 
요약: NIH에 따르면 미국인의 19%인 40 million 인구가 Anxiety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우울증 9%에 비해서도 엄청나게 높은 제일의 정신의학적 문제이다. 테살로니가전후서를 보거나 요한계시록을 보면 사람들이 혼란에 빠져 있다. 그리고 그것은 예수님이 떠난 이후 재림하시기 까지의 우리의 상태이다. 마음이 굶주린 자에게 복있나니 천국이 저희의 것임이요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 인간의 육체의 모두가 천국을 소망하도록 지어져 있다. 우리는 간절함으로 천국을 기다린다. 세상이 혼란스럽고 우리의 마음이 고통스러울 수록 우리는 예수님의 재림의 때가 가까옴을 더 영민하게 기다린다. 

이 말씀을 2주전에 들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카운슬러를 찾아갔었다. 나의 몸과 마음은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상태였다. 더이상 열심히 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고 종교도 때려 치고 싶은 생각이었다. 싫다기 보다는 다 귀찮았다. 피곤하고 힘들고 무력했다. 
오늘 말씀을 다시 듣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곤궁한 것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인간의 현 주소가 아닌가? 대체 인간으로 태어나서 마음껏 행복할 수 있는 있기는 있는 것인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느끼는 것이 한시적인 허세에 지나지 않다는 것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며칠전 퇴근길에 그런 상상을 했다. 
내가 만일 캘리포니아의 사계절 따뜻한 동네에 살게 된다면... 자식들을 낳아 키우고 그들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내 집을 가지고 집안을 꾸미고 사람들과 어울려 주말에 소탈하게 교제 할 수 있다면... 사랑하는 배우자에게 예쁨 받으면서 인생을 즐길 수 있다면... 
마치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을 하나씩 켜고 그 불빛속에 환상을 보듯이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집에 도착했고 상상의 성냥불은 꺼졌다. 
내가 내 힘으로 이룰 수 없는 것을 
상상 하는 것으로 잠시 행복했다. 

예수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마음을 그렇게 이해 할 수 있을까? 
당신의 다시 오심을 상상하는 것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까? 










Sunday, October 11, 2015

청춘FC 오성진




짠한 마음으로 응원하며 지켜보고 있는 청춘 FC
늘 보면서 나도 좀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프로그램이다.

근데 오늘 (2015/10/10) 편은 마음이 너무 먹먹했다.
티비고 영화고 다큐멘터리고 떠나서
올해 들어서 본 것중에 가장 슬펐다.

다른 선수 동료들은 휴가를 맞아 가족, 친구, 여자친구들과 신나게 놀 때,
오성진 선수는 혼자 밤 늦게 까지 포장마차 일을 하시는 어머니를 도왔다.

어린 시절부터 축구에 올인했던 오성진 선수는 브라질 유학 간지 20일 만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장례에도 참석할 수 없었다. 가족들이 성진군이 흔들릴까봐 알리지 않은것

그렇게 홀어머니와 도우며 살면서 늘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았던 오성진 선수는
꾸준히 팀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면서 프로팀의 스카우트 될 것 같은 선수들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두경기를 앞두고 훈련 도중에 발 뼈에 금이가고 전치 4-5개월을 받았다. 사실상 청춘FC와 함께하는 마지막이 된 것이다. 그리고 부상의 종류는 오랫동안 누적되어온 과부하로 인한 것이라고 하니 언젠가 터졌을 폭탄이 터진 셈이었다.

그는 병원에서 돌아와서 숙소에서 울었다.
"거의 다 왔는데" 라는 말에 가슴이 무너졌다.

열심히 했고, 잘 했고, 가진것 아무것도 없는 모자 가정이 꿈꾸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 인고의 시간 끝에서, 꿈꾸던 문의 바로 코앞에서 그는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오늘 프로그램의 엔딩은 아름다웠던 그의 지난 활약을 모아서 스페셜로 보여 주었다.

이것이 차라리 소설이었다면, 영화였다면 그렇게 슬프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이시간에도 오성진 선수는 집에서 다친 발이 낫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의 어머니는 여전히 포장마차를 하시고.... 그가 집에 돌아와 우시는 어머니를 달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내일아침에 늦잠자면 엄마가 또 등짝 때리면서 일어나라 그러실 거라고 해맑게 농담을 하는 그의 모습에서 슬프지만 좌절하지 않을 것 같은 오성진을 본다.

현실은 참 냉정하고 상황을 봐 주지 않는다. 아무리 안정환 감독 이을용 감독 같이 마음을 써주는 지도자 아래에 있다고 해도, 불가항력의 것들이 존재한다. 정말 하나님도 너무하시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운명은 무시무시 하다. 하나님은 왜 이렇게 가진것이라고는 하나밖에 없는 자들에게서 그 하나를 가져 가셨는가? 만일 하나님이 하신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허락을 하시는가? 하나님이 이런 이에게서도 기회를 거두시는데 나같은 이에게서 기회를 거두시기는 얼마나 더 쉬우실까?

꿈을 이룬다는 것은 얼마나 비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인가?  그럼에도 사람들은 왜 꿈을 쫒는가? 오선수는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이런 일을 겪었으니 사람들이 알기라도 하지만 실제로 세상에서는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좌절을 겪고 마는가?

아무쪼록 오성진 선수가 빨리 완쾌되고 또 구원의 손길이 닿아서 그가 다시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불가항력의 운명 앞에 한 인간의 모든 꿈이 전부 무너져 버리는 것을 보았다. 화면 너머에서 나는 그들이 그렇게 되는 것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안타깝고 화가난다.




Friday, September 25, 2015

오후 5시. 캠퍼스

5시라 도서관이 문을 닫아서 밖에 나왔다.

가을이라서 날씨가 선선하지만 아직 햇살이 남아서 따뜻하다.

하루종일 햇볕을 못쐬었으니 잠깐 밖에서 앉아서 일하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학교 교회 앞... 햇볕도 좋고 인터넷도 잘 된다.

열심히 일하려고 하는데 관광객들과 학교 투어 가이드가 다가와서 한창 설명을 하고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는다.

내가 지금 앉아있는 이 자리에서 하버드 졸업식이 매년 이루어지고 내가 앉은 이 돌계단 위에서 여러 졸업 축하 연사들이 초청되었다고... 마더 테레사, 마틴 루터킹, 미국의 모든 대통령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뭐 그들이 다녀간 자리에 내가 앉아있는게 아니라... 내가 일하는 자리에 그들이 잠시 스쳐 지나간 것이겠지만.

호젓하고 한적한 이곳에서 이렇게 자리하고 앉아서 일할수 있어서 좋다. 매일 이럴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특별한 곳에서 편안할 수있어서 신기하고... 또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나중에는 이시간이 그리울까 싶다. 미치도록 바쁜 오늘이지만, 지금 이순간을 느끼지 못한다면 아쉬울 것 같다. 해가 넘어갈 때 까지만 이러고 있어야 겠다.


Sunday, September 6, 2015

청춘 FC

청춘FC를 보고 있다.

오늘은 안감독이 정현이를 불러다가 야단을 쳤다.

한국으로 돌려 보내려고 비행기 티켓까지 끊어 놨다가

그래도 데려가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돌직구로 정현이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 말을 해 주었다.

여기서 그냥 한국 가면 그것도 잘 못해서가 아니라  열심히 안해서 짤려서 한국 가면

그 치욕은 벗기 힘들 것이다.

지금 우는 이유를 잘 기억해라

세상은 너에게 기회를 두번 주지 않는다.



몸이 아팠던 멤버였고 선발도 아니라 의욕도 많이 떨어져 있었을 것이다.

솔직히 이해도 가고 공감도 많이 갔다.  그리고 두려움을 느꼈다.

내가 정현이의 길을 가고 있구나. 하지만 나에게는 누구도 그것을 말해줄 사람이 없구나.

혹 말해 준다고 하더라도 내가 듣지 않았구나.

나를 구제해 줄 사람은 나뿐이고

내가 미안해 해야 할 사람은 나 스스로 이구나.


지금도 나의 몸이 너무 아프다.

매일 매일 아프다.

일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깨와 목이 아프다

그리고 일이 정말 잘 안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노력을 그만 하고 싶어 진다.

성과도 없는데 나태해 지는 최악의 상태로 가고 있다.

몸이 아프니까 머리도 몽롱해지고 집중력을 잃는다.



한 때는 축구 신동들

이름 뒤에 '신'자가 붙을 정도로 잘한다던 아이들인데

지금은 어떤 스카우터들도 그들이 속해있는 팀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부상으로, 계약 실패나 인간적인 문제들로 인생의 한 시점에서 더 치고 올라가지 못해

영원히 낙오 해 버린 한때의 영재들...


나는 4년차 포닥으로 서른 네살 생일을 며칠 앞두고 있다.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K99프로포절을 쓰면서

나는 나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나는 아직은 '벨기에 합숙소'에 머물러 있다.

그곳에서도 나는 선발이 못되고 후보선수 밖에 안되는데다가

부상까지 있다.

희망도 희박하지만

내게 선택 또한 없다.

한국행 비행기표를 받아들고 되돌아갈 것이 아니라면

흩어져 가는 정신을 가다듬고 어떻게든 안되는 것을 되게 할 수 밖에 없다.

호랑이 굴에 떨어진 사람처럼 정신을 차리고 살 방법을 찾아봐야 겠다.





Friday, August 21, 2015

벛꽃, 다시 벛꽃 (사쿠라호사라) - 미야베 미유키


미야베미유키의 에도물이다.

지인이 이렇게 물었다. 또 에도물이냐고 에도물이 뭐가 좋냐고.

사실 이 책이 에도물인지는 모르고 구입을 했다. 한국에 갔다가 오는 사람에게 책 부탁을 하고 싶은데 무슨 책을 사야 할지 모를 때에 책을 많이 읽는 다는 지인의 지인의 추천으로 받은 목록에서 강추 몇권을 무작위로 부탁한 것중에 하나이다.

그렇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물은 이번에도 참 좋았다.

단순한 삶. 조금은 느린 페이스. 따뜻한 사람들. 예의가 있고 격식이 있는 말투들... 그리고 민담이나 신화를 읽는 것 같은 오래된 이야기가 주는 신비감들이 잘 녹아져 있다. 미스테리 전문 작가 미미여사인 만큼 현실도 아닌 과거 이야기에는 더더욱  초현실 적인 느낌을 잘 녹여 내는것 같다. 6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동안 도미칸 나가야라는 동네에 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장지문을 열면 장난꾸러기 골목 대장 다이치가 지나갈 것 같고 필묵상 로쿠돈이 문구류를 팔고 무라타야 대본소에 외상을 걸어 놓고 갈 것 같다. 신비로운 아가씨 와카가 벛꽃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질 것 같고 또 어떤 날에는 떠돌이 낭인 무사 나가호리 긴고로가 나타나 주군의 암호 편지를 풀 사람을 찾아 달라고 할 것 같다. 주인공은 고향 시골인 도가네 번에서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경험하고 그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상경한 딱히 재주가 없는 집안의 구박데기 둘째 아들인데 그런 인물도 도미칸 나가야에서는 사람 구실을 하면서 남들도 돕고 자기도 도움을 받으면서 잘 어울려 살아간다. 책 말미에 있는 작가의 짤막한 인터뷰에서 이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데 가족 내의 관계가 파멸적인 경험을 하더라도  세상속에서 인간 관계의 따뜻함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한다.

이 600쪽에 달하는 이야기의 큰 흐름은 주인공 쇼노스케의 아버지를 억울한 죽음으로 몰아가게 한 미스테리한 사건과 그 배후에 있는 인물들의 욕망을 그리고 있다. 미스테리의 중심에는 정말 신비로운 능력을 가진 인물이 있지만 사건은 그 인물 하나의 존재만으로는 이루어 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욕망이 얽혀서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때 그것은 차마 진실을 알고 싶지 않을 정도의 비극이 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얽혀 있어서 아무도 말을 꺼낼 수 없는 일이 되고 만다.  하지만 연루된 사람이 많고 비밀이 많고 거짓말이 많을 수록 수상한 점들도 많을 수 밖에 없고 각각의 등장 인물들은 다양한 채널들을 통해 진실의 일부를 알아가게 되지만 또 그것들을 모르는 척 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선택으로 상황에 개입하려고 한다. 다행히도 미야베의 세상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대개 선하고 올바른 사람들이어서 상황이 많이 꼬이지는 않지만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도 사건을 바로잡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말미에 가서 등장 인물중 최고 권력자이자 주인공의 뒷배인 도코쿠 에도 대행이 나서서 사건들을 수습해서 해결하는 다소 손쉬운 결말로 마무리 되어서 약간은 힘이 빠진다. 하지만 사실 책을 읽다보면 주 이야기 사이에 샌드위치로 끼어진 햄, 치즈, 토마토, 피클, 양상추 같은 이야기 하나 하나 가 재미 있다보니 주 이야기는 "응? 그래서? 그래 맞다 그얘기는 어떻게 된거지?" 라고 정신을 차렸을 때 책을 마무리 하기 위한 수습 처럼 보였다. 이 책은 2014년에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럴만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마치 전원 일기 같이 그냥 그 마을에 살면서 하나 둘 씩 생기는 재밌는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정말 많다. 그리고 등장인물의 이름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서 별명도 가지 가지다. 나는 일본 이름은 잘 인식이 안되기 때문에 어느 지역 어느 동네에서 무슨 가게를 하는 누구의 몇째 아들 누구의 이름은 무엇인데 어떤 일이 있었기 때문에 누구는 뭐라고 부르고 또 누구는 뭐라고 부른다 - 같은 류의 문장을 읽고 기억하기가 매우 힘이 든다. 그런데 이 책의 인물들은 하나 하나가 개성이 분명하고 각자가 특정 에피소드로 주인공과 연결이 되어 있어서 이름이 기억도 잘 되고 인물들에 대해 애착이 간다.  그건 전적으로 작가의 힘이라고 칭찬할 수 밖에 없다.

미야베미유키 에도물 시리즈의 배경인 에도 시대는 1600-1860년대이다. 도쿠가와 막부부터 메이지 유신 이전까지의 시대. 벛꽃 다시 벛꽃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1830년대로 에도 후기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원군 시기 정도 되는 것 같다. 이 시기에는 일본이 우리나라에 끼친 해악이 비교적 적은 시기이다. 에도시대 이전엔 임진 왜란 그 이후에는 일본 제국이었으니 말 다했다. 일본 작가가 일본의 마지막 평화 시대에 가지고 있는 향수와 동경을 독자인 내가 느끼는 것이다. 그것이 잘못될 것은 별반 없지만 뭔가 내가 그런 시선을 우리의 역사 속에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일인 것 같다.  우리나라 소설책을 어느 정도 읽어 봤지만 딱히 들어가서 살고 싶은 시대나 장소는 기억나지 않는다. 대체로 참 각박하고 어려운 현실이고 애환이 서린 인물들이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것들이 많다. 내가 박완서 작가를 좋아하는 것은 어려운 시대를 살았음에도 따듯한 시선을 잃지 않았다는 것 때문인데 아무래도 그 시대는 시대적 특수성 때문에라도 들어가서 살고 싶은 생각이 안드는 시대이다.  우리 나라 옛날 이야기에도 영웅전이 아닌 촌락 생활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신라 시대도 고려시대도 조선시대도, 각박하지 않은 정많고 따듯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있었을테니 말이다.







Sunday, August 16, 2015

Harvard Film Archive: "McCave and Mrs Miller" Robert Altman (director) Warren Beaty & Julie Christie


늦은 여름의 토요일. 아침엔 일을 하고 오후 늦게는 집안일을 했다. 저녁엔 집에 있기가 싫어졌다. 집에서 한블럭 떨어진 Harvard Film Archive에서 뭐하나 보니까 잘 모르는 70년대 흑백영화를 상영한다고 했다. 저녁 9시. 집을 나서서 바람쐴겸 무작정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관에는 의외로 사람이 많았다. 영화가 좋은건지 아니면 주말이라 사람이 많은건지는 레귤러가 아닌 나로서는 알 방법이 없다. 나중에 IMDB와 wikipedia를 찾아보니 엄청 유명한 영화임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Ebert가 알트만의 훌륭한 영화중에서 독보적으로 완벽한 영화라고 했다니 운이 좋았던 셈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남편이 무슨 영화였냐고 묻는데 내 대답은 이랬다 " 재밌었어. 서부 영화. 근데 총쏘고 폼잡고 그런건 아니고,  재밌었다고 하기에는... 슬퍼서...인생이 허망하고 그래"

뭐 그런 묘한 영화였다.

비가 추적추적오는 궂은 날, 털가죽옷을 뒤집어 쓴 주인공이 노새 두마리를 끌고 쓰러져가는 탄광촌에 도착한다. 털가죽옷을 벗고 중절모를 고쳐 쓰며 술집에 들어선 워렌 비티는 주인공 포스가 가득하게 좌중을 휘어잡고 포커를 시작한다. 떠돌이 사업가인 주인공 멕케이브, 그는 가난한 광부밖에 없는 타운에 매춘업을 시작해서 사업을 일군다. 그러던 중 고급창녀인 밀러 여사 (줄리 크리스티)를 만나 동업을 하게 되고 사업은 번창해서 때가 찌들고 무너져 가던 타운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좋은 건물들을 세우고 음악을 듣고 춤을 추고 맛있는 음식들을 만든다. 노동력 밖에 팔것이 없는 가난한 광부들 몸밖에 팔것이 없는 여자들은 전보다는 그래도 즐거운 커뮤니티를 이루고 살게 된다. 주인공 멕케이브와 밀러여사 사이에도 애정이 싹튼다. 그러나 그의 사업이 번창하는 것을 본 인근 타운의 마피아는 그의 사업을 매도할 것을 요구한다. 사업가의 자질은 있지만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셈도 잘 못하는 멕케이브는 밀러여사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밀당을 하다가 딜을 망친다.  마피아는 보복으로 살인 청부업자 셋을 보낸다. 총질 할줄 안다고 소문은 났지만 실제로는 허당인 멕케이브는 간신히 청부업자들을 모두 쏘아 죽이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도 치명상을 입고 눈더미 속에 쓰러져 외로이 죽는다. 그리고 밀러 여사는 마약굴에서 우수에 젖은 눈으로 천천히 연기를 태운다.

주연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조연으로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이다. 불완전한 인간들, 거친 무법의 세상, 가진것 없고 지킬것 없는 이들의 그런 저런 삶과 허망한 죽음.

어느 누구도 절대적으로 혼자이고 가족이라는 것을 이룰 능력도 여건도 되지 않는다. 광부와 창녀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사는 사회. 그 속에서 언덕위에 무늬만 교회 하나 세워 놓고 무법 천지로 총질해서 사람들 죽으면 장례나 사람들 앞에서 주관하는 목사의 존재는 초라하고 무력하다. 포주인 멕케이브는 (이상하지만서도) 그 마을의 희망이었는데 그 마저도 그렇게 덧없이 사라진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집과 영화관 사이에 있는 Harvard Art Museum처마아래 잠시 서서 비를 피했다. 밝은 핀조명들 아래 반짝 반짝 빛나는 길과 거리들, 깔끔한 조경과 적막한 학내 길거리의 평화속에서 안도감이 밀려왔다.  사람이 먹고 비를 피하고 잠을 자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고, 노후를 준비하는 그런 어떤 것들도 기대할 수 없는 서부 개척시대 워싱턴주의 황야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인간도 상황에 따라서는 그렇게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박테리아 처럼 살아남지 못하면 끝나고 살아남은 자만 증식해서 인간 사회를 유지하는 그런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시기가 아니라고... 눈을 들어 문명화된 도시를 보면 너무 다르지 않냐고 말하기에는 뭔가 찝찝한 면이 있다. 장기 불황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 3포세대니 5포세대니 N포세대니 하는 말들이 과장이 아닌 시대에 우리의 동시대인들은 그렇게 덧없이 스러지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는가?















김진영 박사님을 떠나 보내며


그가 하버드 메디컬 스쿨에 마지막으로 근무하러 나온 지난 목요일의 저녁에 그를 만났다.

그가 유학 온 이후로 10년을 탔던 자동차를 오늘 딜러샾에 팔았다고 한다.  일터에서 물건들도 정리하고 나를 만난 시간은 저녁 6시 반. 여름의 해는 아직 저물지 않았다.

길치 방향치 그리고 일 이외에 몇가지 관심있는 것 말고는 아는 것이 전혀 없는 김진영박사님.  고작 몇달전에 나의 소개로 알게된 타이 가게에 텀얌누들숲에 폭 빠졌지만 또 내가 데려가지 않으면 15분이나 걸어 가야 하는 곳에 있는 식당은 절대 가지 않는 습성의 소유자다.

차 판 이야기를 한참을 하시기에 차 팔았으니 저녁을 쏘시라고 내가 덤테기를 씌워서 국수 두그릇에 타이식 파전까지 에피타이져로 시키고 배부르게 먹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커피가 맛있는 크레페 집으로 옮겨가서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김박사님은 이야기를 참 잘 한다. 평소에 그렇게 은둔자처럼 살면서도 한번 만나서 말을 하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포닥때나 목숨걸고 일하느라 조용하게 살았지 이전 박사때는 엄청 사교적이고 잘 놀았던 것 같다. 그와 여러 잡다 이야기를 했다. 왜 그런 사람이 있다. 얘기를 시작하면 가지를 치고 또 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 나는 첫 조카가 생겼다는 사실을 안지 이틀이 지난 후인지라 조카, 아기, 인간의 발생학적인 특징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김박사님은 자기 조카의 환심을 얻으려고 놀이터에서 그네를 몇시간씩 밀어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김박사님의 한우물 파는 성격 덕에 한가지 이야기를 100번 들었다. 말인 즉슨, 자기가 이제 교수잡을 잡아서 가는 홍콩으로 오라는것. 홍콩이 돈도 많이 주고 좋다고 ㅋㅋ 아무리 내가 지금 자격이 안되서 못가는 거라고 이야기를 해도 심심하려고만 하면 그 이야기를 꺼네는 김박사님이 싫지만은 않았다. 본인이 지금 리크루트 하려는 두명중에 한명이라는데 내심 그 마음이 고맙기도 했다. 물론 "원서내고 인터뷰 가면 밥만 맛있는거 사주고선 리젝 주는거 아니냐"고 받아쳤지만 말이다.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였지만 그냥 그렇게 앉아서 해가 지고 어두워 질 때까지 수다를 떨었다. 실감은 안나지만 오늘이 지나고 나면 이렇게 앉아서 수다를 떨 수 있는 날이 오기 어려울 테니. 만남과 이별은 유학생 생활의 일상 다반사 이지만 그래도 어떤 이별은 세상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한 구석의 등불이 가만히 꺼지는 것과 같은 기분. 조금 더 내가 작아지고 외로워 지는 기분. 깜빡이는 시간의 끝자락에서 헤어지고 연구실로 되돌아가는 길은 덥지도 쌀쌀하지도 않은 완벽한 여름 밤이었다. 밀린 일들을 하느라고 마지막 셔틀을 놓치고 가장 마지막 시내버스인 12시 45분차를 겨우 잡아 타고 지쳐 귀가 하는 버스 안에서 그래도 그를 알아서 참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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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리야드와 오딧세이
2. 새벽미사
3. 본조비
4. 친조카, 뉴저지조카
5. 지도교수의 첫 교수제자
6. Big Picture -Douglas Kennedy ( 변호사인 자기의 삶을 포기하고 사진작가의 아이덴티티로 사는 이야기, 모든 것을 잃는 다는 것의 두려움, 작가의 힘)
7. Tom Yam Noodle Soup
8. 그림 그리기
9. 사서 걱정하기, 교수 쪼기,
10. 규칙적인 운동
11.  Early Bird
12. 귀걸이, 장신구
13. 굿딜로 인터넷 쇼핑하기
14. 깨끗한 벤치
15. 살빼야해